윤리적 구매라는 신화

우리는 아직도 올바른 구매를 통해 노동력 착취와 미성년 노동을 제거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2015년의 세계는 그런 식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윤리적 구매라는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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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바이럴이 되었던 영상이 있다. 베를린의 알렉산더플라츠에서 평범한 흰 티셔츠를 2유로에 파는 자판기가 있다. 고객들이 하나 둘 자판기 앞에 와서 동전을 넣고 사이즈를 고른다. 셔츠가 나오기 전에 화면에 사진이 떠오른다. 재봉틀들이 늘어서 있는 흑백 사진이다. ‘마니샤를 만나보세요’라는 자막이 뜬다. 머리에 스카프를 두른, 16살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 아이의 클로즈업 사진이 뜬다. 그녀는 ‘매일 16시간씩 일하며 한 시간에 13센트를 번다’. 베를린 시민들은 놀라 양손으로 입을 가린다.

‘그래도 이 셔츠를 사고 싶은가요?’ 화면이 묻는다. 다시 메뉴가 뜬다. ‘구매’와 ‘기부’ 중에 선택할 수 있다. 음악이 커지고, 사람들은 전부 ‘기부’를 누른다.

벌써 한 세대 동안, 우리가 할 수 있는 저항의 가장 강력한 형태는 더 나은 구매였다. 티셔츠를 잘 고르는 것만으로 마니샤를 고통에서 구해줄 수 있다고 믿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몹쓸 나이키, 아디다스, 코카콜라에 대해 행동을 취하라고 사람들을 독려하는 수백 가지 NGO 캠페인들도 이런 생각에 기반을 두고 있다. 코미디언 존 올리버가 H&M이 ‘수상할 정도로 싼’ 옷을 방글라데시에서 만들어 팔고 있다며 폭로했을 때 찬사가 쏟아지기도 했다. 유일한 문제는, 이런 내러티브는 헛소리라는 것이다.

반(反) 노동 착취의 열기가 갑자기 미국 문화의 주류에 편입된 90년대 중반에 시작된 일이다. 올드 네이비 매장이 오픈할 때 사람들이 알몸으로 구호를 외쳤고, 제니퍼 러브 휴잇이 ‘파티 오브 파이브(Party of Five)’에서 반 노동착취 시위를 주도했고, 케이시 리 길포드는 국회 앞에서 울었다. 거의 모든 메이저 의류 브랜드는 한 번쯤은 보이콧 캠페인의 타겟이 되었다. 라디오헤드는 수백만 명에 달하는 팬들에게 나오미 클라인이 쓴 다국적 기업에 대한 폭로성 비난 서적 ‘노 로고(No Logo)’를 읽으라고 말했다.

그리고 당시, 잠시 동안은 효과가 있었다. 메이저 의류 회사들은 행동 수칙을 도입했고, 일단 가장 지독한 것들 – 16세 미만 노동자, 강제 초과 근무 - 부터 금지한 다음 보건과 안전, 환경 보호와 사회투자로 확장해갔다. 1998년 이후, 나이키는 전세계 공장에 미국의 청정 공기 기준을 적용하고 있고, 리바이스(Levi’s)는 일부 재봉사들에게 경제 분야에 대한 이해를 돕는 교육을 한다. 헤인즈(Hanes)부터 핼리버턴(Halliburton)까지, 모든 회사들은 사회적 책임 보고서를 낸다. 독립적 조사관과 회사 자문 위원으로 이뤄진 하나의 생태계가 생겨났고, 적용되는 기준들은 기준을 강요하는 NGO들 만큼이나 꼼꼼하고 가차없다.

그러나 최근 25년 동안, 의류 업계와 전 세계 경제 전체는 완전히 탈바꿈했다. 우리의 옷을 만들고 유통하고 내버리는 방식은 90년대의 방식에 비하면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달라졌다. 그러나 우리가 그것을 개선하고자 할 때 쓰는 방식은 완전히 똑같다.

30년 전에 노동 착취 반대가 문화적 집착이 된 이래, 노동 착취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알아보려 올해 나는 30명이 넘는 회사 대변인들, 공장 감사관들, 연구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수십 건의 논문을 읽었다. 이 모든 자료들은 나를 똑같은 결론으로 이끌었다. 보이콧은 실패했다. 우리의 옷들은 캠페인들이 닿을 수 없는 곳에서 캠페인들이 영향을 미칠 수 없는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하면 노동 착취를 근절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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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컨퍼런스에 가본 적이 있다면 분명 세 개의 소화기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다. 이런 이야기다. 조사관이 방글라데시의 의류 공장을 돌아다니다 벽에 소화기 세 개가 수직으로 달려 있는 것을 본다. 이유를 묻자 공장의 관리자는 대답한다. “우린 세 가지 다른 기준에 따라 감사를 받는데, 바닥에서 소화기를 배치하는 높이 기준이 다 달라요. 조사관이 올 때마다 소화기를 옮기려니 피곤해서 그냥 지정 높이마다 하나씩 달아놨어요.”

이것이 ‘노 로고’가 만든 세상이다. 90년대 말이 되자, 회사들이 개발도상국 공장을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 전반의 합의가 형성되었다. 첫째, 우리는 잡지에서 읽은 온갖 끔찍한 일들을 회사들이 금지하기를 원했다. 더 이상은 아동 노동도, 환기가 안 되는 공장도, 학대하는 상사도, 여권을 압수하는 일도 없어야 했다. 회사들은 미국의 노동 조건을 적용하거나, 최소한 공장이 있는 국가의 법은 따라야 했다. 둘째, 우리는 회사들이 조사관을 보내서 이런 약속이 지켜지고 있는지 확인하길 원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회사들은 그렇게 했다. 그건 쉬웠다. 알고 보니 이런 구조가 공장들이 노동자들을 더 잘 돌보도록 설계된 것이 아니었다는 게 문제였다. 이런 구조는 공장들이 노동자들을 잘 돌보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조사관’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웅웅 돌아가는 조립 라인을 따라 걸으며 노동자들을 인터뷰하고 관리자들을 추궁하는 탐정 같은 사람이 떠오른다. 현실에서 공장 감사는 기본적으로 서류 작업이다. 조사관들은 보통 각 공장에서 하루 – 길어야 이틀 – 만을 보내고, 대부분 사무실에서 근무 시간 기록표를 보며 각 교대 근무별 시간을 확인하고, 출생 증명서로 어린이 노동은 없나 체크하고, 급여 명세서를 보고 급여와 초과 근무를 살핀다.

2009년 연구에서 중국의 감사관들은 자신들의 일을 ‘고양이와 쥐 게임‘이라고 일컬었다. 그들은 속임수를 피하기 위해 조사 방법을 업데이트해서, 노동자들에게 생일 대신에 띠를 물어보고, 출생 증명서가 구겨진 정도를 살폈다. 그러자 공장들은 조사를 피하기 위해 속임수를 업데이트했다. 감사관들은 자신들이 도착하면 공장 주인이 아동 노동자들을 뒤로 빼내라는 신호로 스피커로 노래를 트는 공장들 이야기를 내게 들려주었다. “가끔 [직원들은] 질문을 하기 전에 대답을 할 때도 있다. ‘일을 몇 시에 시작해요?’라고 물으면 ‘8시간 동안이요.’라고 대답한다.” 감사를 1,500번 정도 해봤다는 아치 어드바이저스(Arche Advisors)의 지속 가능성과 혁신 디렉터 레이첼 잭슨의 말이다.

브라운 대학의 리차드 로크는 ‘개인의 힘의 가능성과 한계(The Promise and Limits of Private Power)’를 집필하며 10년 동안의 나이키 조사를 관찰했다. 나이키는 두 종료의 감사를 하고 있었는데, 하나는 주로 서류에 기반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직접 공장을 방문해 보고 받은 인상을 포함한 것이었다.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서류 감사는 나이키에 납품하는 거의 모든 곳의 노동 환경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질적 감사 결과를 살펴보면 80%에 가까운 곳의 노동 환경은 개선되지 않았거나 더 악화되었다.

당신이 브루클린 덤보에서 산, 대마로 짠 소량 생산 반바지는 7달러짜리 H&M 반바지보다 노동 착취에 의해 만들어졌을 확률이 훨씬 높다.

이런 역학 등의 이유로, 상당수의 큰 브랜드들은 벌을 주는 대신 직원 교육을 시키는 것으로 전략을 바꾸었다. 2009년에 나이키는 스리랑카에 시범 공장을 세우고 그곳에서 전세계로 관리자를 보냈다. 영업 방식의 변화가 생기면 처음에는 납품업체들의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나이키는 공장들과 장기 계약을 맺고, 초과 근무를 하는 대신에 더 나은 방법과 더 안전한 장비를 사용해서 납기일을 맞추는 법을 익힐 때까지 계속 납품을 받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이런 2세대 조치들로 공장들을 해당 국가로부터 보호해줄 수는 없었다. 나이키의 교육은 멕시코에서는 놀라운 성과를 냈지만, 중국이나 스리랑카에는 아무 영향이 없었다. 멕시코에서는 직원 중 8~10%가 매년 그만둔다. 중국에서는 매달 그만큼 그만둔다. 나이키가 직원들을 훈련시켜도 그들은 곧 다른 회사들로 가버린다. 멕시코의 공장에는 직원들에게 밀린 임금을 받지 못할 때 고용주를 고소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노조와 NGO들이 있다. 노동 운동이 불법이나 마찬가지인 중국의 노동자들은 권리 행사 방법은 고사하고 자기에게 어떤 권리가 있는지조차 모른다.

소비자 보이콧이 아무 소용도 없었다는 인상을 주고 싶지는 않다. 보이콧 운동이 시작된 지 25년이 지난 지금, 대규모 공급 회사 일부는 직접 노동자를 관리하며 더 나은 보건과 안전 환경을 제공하고 최저임금 이상을 지불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아직도 바이럴 NGO 캠페인의 타겟이 되고 있는 메이저 브랜드들이 이런 공장을 이용하는 확률이 가장 높다. 가장 유명한 회사들이 평판을 보호할 인센티브가 가장 크기 때문이다(그리고 그럴 여력도 가장 크다). 로열 홀러웨이 대학교의 치카코 오카는 평판에 신경을 쓰는 회사들은 캄보디아 공장에서 노동법을 위반한 사례가 유명하지 않은 브랜드들에 비해 35% 더 적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여기서 현존하는 반 노동 착취 운동의 첫 번째 문제점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이제 우리가 걱정해야 하는 회사는 가장 큰 회사, 두 번째로 큰 회사가 아니다. 44번째, 아니면 207번째 회사가 문제다. 당신이 브루클린 덤보에서 산, 대마로 짠 소량 생산 반바지는 7달러짜리 H&M 반바지보다 노동 착취에 의해 만들어졌을 확률이 훨씬 높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다. 최근 25년 동안 큰 브랜드들이 공급 체인을 모니터링하는 능력은 (그나마) 좋아진 반면, 그 아래에 있는 생산의 전세계적 조직체가 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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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24일 오후 6시 45분, 방글라데시 다카 교외의 별 특징없는 건물 4층에서 화재 경보가 울렸다. 안에서는 1,200명에 가까운 의류 생산 노동자들이 주문 납기에 맞추려고 정신없이 일하고 있었다. 경보가 울리자 그들은 나가도 되는지 물었다. 관리자들은 기계로 돌아가서 일하라고 대답했다.

5분 후 4층에는 검은 연기가 가득 찼다. 아래에선 비명 소리가 들렸다. 그 건물에는 살수 소화 장치나 비상 계단이 없었다. 노동자들은 내부 계단으로 내려가려 했지만, 아래층 출구는 방적사와 완성된 옷이 든 박스들로 막혀 있었다. 불은 건물을 집어 삼켰고, 최소 112명이 사망했으며 수백 명이 다쳤다. 창문에서 뛰어내려서 허리나 다리가 부러진 사람들도 있었다.

타즈린 의류 공장 내의 노동자들은 대부분 서구 브랜드의 옷을 만들고 있었다. 디키스, 월마트, 디즈니 등의 로고가 폐허에서 끄집어낸 레이블에 붙어 있었다. 하지만 타즈린은 공장 환경 규칙 준수를 하지 못한 회사의 또 다른 예가 아니었다. 이 사건은 규칙 준수가 불가능해졌음을 보여주는 예였다.

지금 우리는 옷을 더 많이 사고, 트렌드는 더 빨리 바뀐다. 예전, 즉 90년대 초에는 브랜드들은 매년 두 개에서 네 개의 패션 사이클을 생산해냈고, 계절에 맞춰 대량 주문을 했고, 몇 달 후의 계획을 미리 세웠다. 이젠 사이클이란 것은 없고 제품만이 존재한다. 어느 셔츠가 잘 팔리면 월마트는 납품 업체에 추가 주문을 한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헤드밴드가 유행한다면, H&M은 유행이 사라지기 전에 얼른 수백만 개를 더 주문한다.

이런 유연성은 곧 공장들이 생산할 수 있는 제품 라인 수, 새 제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속도를 놓고 경쟁을 해야 한다는 뜻이 된다. 한때 동시에 네 가지 제품을 만들던 중국 생산업체들은 이제 300가지를 만든다. 로크는 어느 온두라스 생산업체가 서구 브랜드들의 주문을 처리하는 시간, 즉 천을 사고, 티셔츠 모양으로 자르고, 꿰매고, 매장으로 보내는 시간이 예전에는 두 달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일주일이다.

패스트 패션의 시대에, 서구 브랜드들은 같은 공급 업체들과 계속 일하며 그들이 회사의 기준에 맞춰주리라 확신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들은 직접 공장들의 거대한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대신, 대부분은 초대형 공급 업체에 이런 조율을 외주로 넘겼다. 이들은 엄청나게 큰 대기업으로, 디자인 스케치를 받아서 공장 수천 곳에 생산을 나눠 맡기고, 제품을 포장해 유행이 지나기 전에 매장으로 보낸다.

생산 중간 상인이야 새로운 것이 아니다. 제니퍼 러브 휴잇이 반대 시위를 했던 인도네시아의 ‘나이키 공장들’은 사실은 대만과 한국 회사들이 운영하는 곳들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것은 초대형 공급 업체들이 얼마나 커졌는지, 그들이 산업 부문을 얼마나 많이 통제하는지 하는 점이다.

스리랑카에서는 네 업체가 국가 전체 의류 소득의 25% 정도를 만들어 낸다. 신발 업계의 폭스콘(Foxconn, 애플의 최대 하청업체이자 전자기기 OEM회사)이라 할 유에 유엔(Yue Yuen)은 전세계 신발의 5분의 1을 만든다. 가장 큰 의류 초대형 공급 업체인 리&펑(Li&Fung)은 월마트의 기본적인 제품들부터 디즈니 봉제 장난감과 스팽스(보정속옷)까지 모든 것을 다 생산하고, 192억 달러의 수익을 올린다. 랄프 로렌, 아르마니, 토미 힐피거의 수익을 다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액수다.

전 세계 물류 및 운송 공인협회 CILT(Chartered Institute of Logistics and Transport)는 리&펑의 사업이 ‘하루살이’ 같다고 한다. 40개국에 15,000개의 공장을 두고 있지만, 그 중 어느 곳도 직접 소유하거나 운영하지 않는다. 리&펑은 조율만 할 뿐으로, 면 공급자, 직물 공장, 바느질하는 곳들을 쭉 연결해 한 바이어의 한 주문을 소화하고, 다음 주문을 받으면 다시 설정한다.

리&펑은 자신들의 납품 업체를 조사하고 바이어들에게 보고를 보낸다. 하지만 같은 공장으로 다시 주문이 들어가리라는 보장은 없고, 감사 결과는 납품이 이미 완료된 다음에 제출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의류 회사들로선 알게 된 사실을 개선할 능력도, 인센티브도 없다. 식사를 마치고 난 다음에 레스토랑의 위생 검사 결과를 보는 것과 비슷하다.

2013년, 뉴욕타임스는 리&펑의 위반 사례들 중 하이라이트를 모아 보도했다. 2010년 방글라데시에서 화재로 노동자 29명 사망, 2011년 역시 방글라데시에서 사람이 몰려 최소 노동자 2명 압사, 캄보디아 공장에서 노동자 280명이 영양실조와 공기 오염으로 실신, 인도네시아에서 노조를 만들려고 했다는 이유로 노동자 12명 해고.

로테르담 에라스무스 대학의 사회학 국제 연구소의 연구자인 예룬 메르크는 초대형 공급 업체를 조사하고 있는 몇 안 되는 학자 중 하나다. 그에 의하면 그들의 비즈니스 모델은 의도적으로 바이어들과 공장을 분리하고 있다고 한다. 브랜드들이 공장에서 받는 돈이 얼마인지 알게 되면, 직접 공장과 거래하고 마진을 아끼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초대형 공급 업체를 통해 옷을 주문하는 회사들 중에는 옷이 어느 공장에서 만들어지는지, 심지어 어느 나라에서 만드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초대형 공급 업체 역시 모르는 경우가 많다. 작년에 유럽 브랜드의 컴플라이언스(준법) 담당자 한명은 NYU의 비즈니스와 인권 센터에 한 달에 1만 점을 생산할 수 있는 방글라데시의 작은 공장들이 10만 점 주문을 받은 다음 에이전트, 소규모 작업장, 재택 노동자들에게 넘긴다는 이야기를 했다. 전자 제품 공급 체인을 연구하는 맨체스터 대학의 연구자 게일 라즈-레이처트는 자기가 어느 회사 제품을 만드는지 모르는 말레이시아 생산자를 만난 적이 있다. 그는 수주와 납품을 오직 중간 상인을 통해서만 한다.

타즈린 화재 사건 이후, NGO 캠페인은 그곳에서 생산되던 옷의 60%가 월마트 제품이었다는 사실에 집중했다. 그러나 월마트는 타즈린에 주문을 넣은 적이 한 번도 없다. 사실 화재가 나기 1년도 더 이전에, 월마트는 그 공장을 조사하고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 화재가 난 것은 월마트가 이미 공급 업체에게 그 공장 사용을 금지한 뒤였다.

그런데도 제품이 타즈린으로 가게 된 경위는 다음과 같다. 월마트는 석세스 어패럴(Success Apparel)이란 초대형 공급 업체에게 반바지 주문을 외주로 주었다. 석세스는 심코(Simco)라는 회사에게 외주로 넘겼다. 심코는 월마트는 물론이고 석세스에게도 말하지 않고 주문량 중 7%를 튜바 그룹에 하도급으로 넘겼다. 타즈린의 모회사인 튜바 그룹이다. 다른 재하청(혹은 재재재하청) 도급업자들 역시 월마트의 주문을 타즈린에 넘기며 월마트에는 통보하지 않았다.

타즈린에서 레이블이 발견된 다른 브랜드들도 거의 이런 식이었다. 그들은 자기 옷이 거기서 생산되고 있다는 걸 몰랐거나, 그 공장을 납품업체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명시했다. 이 회사들은 외주 업체들이 자신들의 정책을 어겼기 때문에 자신들은 피해자들에게 보상할 의무가 없다고 말한다.

우리가 이것에 대해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생각하고 싶은 유혹이 든다. 초대형 공급 업체를 사용하는 회사들을 보이콧한다든가. 작년에, 재하청 등에 대한 우려로 월마트는 리&펑에 넘겼던 생산을 다시 ‘인소싱(내부조직을 이용한 처리)’해서 직접 공급 업체들의 네트워크를 관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세상의 월마트들은 마법처럼 전세계의 수요와 공급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생산을 인소싱하는 회사들은 자기 자신이 초대형 공급 업체가 되어버린다. 하도급 업체들은 지금도 감사관들을 속이거나 월마트에게 말하지 않고 재하청을 줄 수 있다. NGO가 지켜보고 있지 않은 작은 회사들 경우 인소싱은 아예 불가능하다.

게다가 초대형 공급 업체를 공격하는 것은 한 회사를 찍어서 비난하던 틀에 박힌 예전 방법을 한 단계 내려서 하는 것에 불과하다. 감사관들에 의하면 리&펑의 바이어들과 마찬가지로, 리&펑에도 좋은 공장이 있고 나쁜 공장이 있다고 한다. 규모가 커지면서 리&펑은 대중적 평판을 지켜야 할 이유를 발견하고 있다. 타즈린 피해자들에게 직접 보상을 한 유일한 회사가 리&펑이다. 최악의 환경은 아마 리 & 펑 공장이 아니라 그보다 수익이 수십억 달러 더 적은 회사들의 공장들에 있을 것이다. 캄보디아에서는 한국 중개 업체들(일반 미국인이 이름을 들어본 곳은 없을 것이다)이 자기 직원들을 상대로 파업 중 발생한 손실 2억 달러를 보상하라는 소송을 진행 중이다.

소비자들의 힘은 브랜드들이 공급 체인에게 노동자 처우를 개선하라고 압박하는 것에 달려 있다. 이제 그들 – 그리고 우리들 – 은 그 힘을 잃고 있다. 그리고 이게 최악인 것도 아니다. 진짜 끔찍한 위반, 확산될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이는 위배들은 우리가 아무런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는 곳에서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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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대학의 알레산드라 메자드리는 델리의 의류 생산 지역에서는 ‘아이들은 8세부터 일을 배우기 시작하고, 12세 무렵에는 장인이 된다’고 썼다. 그녀는 그 지역을 ‘합성 노동 착취 작업장’이라고 부른다. 공장에서 일하는 작업자 한 명 한 명마다 연결된 집, 작업장, 뒷마당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몇 더 있다. 노동자 중 약 80%가 비공식으로 일하고 있다. 대부분 이주자이고, 인신 매매된 사람들도 있고, 주문이 들어오고 완료됨에 따라 채용되었다가 해고된다. 브로커들이 그들을 공장에 배분하고, 그들은 만드는 옷 하나마다 몇 센트를 받는다. 아이들은 성인의 절반을 받는다. 현장 조사 중, 그녀는 아파트 바닥에 앉아 바느질하고 가위질하는 아이들을 보았다. 부모가 감독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일화들은 보통 이런 임금, 이런 작업장이 존재하는 것엔 우리의 책임도 있다는 이야기를 이끌어 낼 때 사용된다. 그러나 델리의 의류 노동자들은 수출품을 만드는 게 아니다. 그들은 인도와 방글라데시와 파키스탄에 팔 사리와 수 놓은 옷들을 만드는 것이지, 서구에 판매하는 제품을 만드는 게 아니다.

메자드리는 이것이 ‘어린이 노동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라고 말한다. 수출 시장에 옷을 보내는 개발 도상국 공장들은 적어도 사회적 기준에 맞추는 것처럼 보일 필요는 있다. 국내 시장에선 그럴 필요가 없다.

내가 설명한 그 어떤 이유들보다도, 소비자 캠페인이 개발도상국의 노동 조건을 결코 개선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이것일 수 있다. 서구 시장들이 예전만큼 중요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인도는 해외 소비자보다 국내 소비자들을 위해 만드는 옷이 두 배 더 많다. 중국에서 생산된 옷 중 56%는 중국에서 소비된다. 두 수치 모두 앞으로도 증가할 것이다.

그리고 개발도상국들의 내수만 증가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개발도상국들 간의 무역량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 가장 빨리 성장한 의류 수요는 중국, 동유럽, 인도, 터키, 브라질에서 나타났다. 방글라데시에서 다른 빈곤국으로 수출하는 의류는 매년 50% 씩 증가한다.

부유한 국가는 전세계 인구의 10%에 불과하다. 앞으로 15년 동안, 소비에서 그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64%에서 30%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15년 동안 세계 경제에 추가된 중산층 12억 명은 하루에 2달러에서 13달러 정도를 번다. 세계은행 보고서에서는 ‘수요는 싸고 차별화 되지 않은 상품을 찾는 성격을 보일 것’이라고 예측한다. 노동 기준이 낮거나 아예 없는 공급 체인에서 만들어 질 가능성이 높은 제품이다.

이러한 전환 때문에 우리가 가난한 나라들에서 노동 조건과 환경을 보호하면서 이루어 낸 미약한 성과가 이미 손상되고 있다. 예를 들어 가봉의 임업 부문은 유럽 소비자들을 위한 품질 좋은 가공 목재를 전문적으로 생산해 왔다. OECD 국가로 수출하려면 가봉의 노동법을 지키고, 지속 가능성과 생물 다양성에 대한 산림법의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한다.

그러나 2007년에는 가봉이 수출한 목재 중 80%를 중국과 인도가 수입했다. 수출업자들은 가공하지 않은 나무 판매로 전환했는데, 원목 수출은 합판 수출에 비해 수익률이 낮고 직업 창출은 4분의 1에 불과하다. 품질이 아닌 양으로 경쟁하다 보니, 수익을 유지하기 위해 예전보다 세 배 더 많이 벌목했다. 새로운 바이어들은 환경과 노동에 대한 조건을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약은 사라져 버렸다.

버마에서도 마찬가지다. 2011년에 군사 독재가 명목상으로나마 종식된 후, 해외 투자 400억 달러가 쏟아져 들어왔다. 대부분 중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회사들이었다. 2013년 기준으로 미국의 투자 규모는 9위에 불과하다. 그 결과는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2015년 초, 현재 중국에서 가장 큰 여성 의류 소매업체인 한국 재벌 E-랜드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 앞에서 버마 노동자 2,000명 이상이 항의 시위를 했다. 노동자들은 하루 시급인 1달러를 인상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이 공장은 특별 경제 지구 안에 있다. 노동자들은 집회 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구실로 체포되었다.

버마에 투자하는 아시아 회사들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미국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들보다 더 나쁘거나 탐욕스럽지 않다. 그들은 그저 다른 위험 계산 공식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50만 달러 이상을 투자하는 미국 기업들은 토지 취득, 지역 공무원에게 지불한 금액, 보안 대책을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악랄한 짓을 했다가 발각되면 신문 1면에 실리게 된다. 개발도상국의 다국적 기업들은 이런 압력을 받지 않는다.

이에 대한 일반적인 반응은 중국 소비자들이 부유해지면서 그들도 무농약 사과, 잔인하지 않은 방법으로 만든 청바지, 돌고래 아닌 참치를 수요하기 시작할 거라는 예측이다. 그리고 실제로 중국은 최근 몇 년 간 근무 조건 개선을 위한 법률을 잔뜩 만들었고, 중국 회사의 해외 근무 상태 보고까지도 의무화했다. 하지만 이런 작은(그리고 강제적이지 않은) 조치들을 강조하는 것은 소득 사다리를 올라갔지만 사회적 관심사는 끌어올리지 않은 다른 나라들을 무시하는 일이다.

홍콩에서 리 & 펑에 대한 대대적 소비자 운동은 없었다. 한국은 1인당 GDP가 뉴질랜드와 같지만, 자국 회사들의 해외 활동 규제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맨체스터 대학의 칼리드 나드비 교수는 중국 소비자들이 해외의 노동 조건에 우려를 표한 예는 전무했다고 한다. “중국에서 부상하고 있는 중산층은 1세대, 2세대다. 그들 중 상당수는 우리가 개선하려고 운동을 벌이는 것과 같은 공장에서 일했다.”

미국과 무관하게 돌아가는 세계 경제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미국인들은 노동 착취 근절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내가 들었던 아이디어 중 결함이 있는 감사, 불투명한 초대형 공급 업체, 전세계적 소비의 변화를 모두 다룰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것이 딱 한 가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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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인리스 스틸을 만드는데 필수 재료인 선철(銑鐵)을 만드는 브라질의 노동자들은 비교적 최근까지 절망적이고 우울한 환경 속에 살았다. 그들은 아마존 우림에 공터를 만들고, 나무를 태워 숯을 만들어서 제련소에 판 다음 다른 공터로 옮기는 일을 반복했다. 그들은 1,000도 용광로에서 맨발로 일했고, 그들의 고용주나 노동 브로커에게 진 빚의 사이클에 갇혀 있어야 할 만큼 낮은 임금을 받았다. 소규모 비공식 제련소가 산재했다. 브라질 노동 조사관은 2004년에 한 연구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그 노동자들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사는 소들을 본 적이 있다.”

제련소들을 처벌할 수는 없었다. 브라질은 이런 식으로 매년 수백만 톤의 선철을 생산했다. 업자 한 명, 심지어 수십 명을 처벌한다 해도, 생산 비용에 벌금이 추가될 뿐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조사관들은 창의력을 발휘했다. 검사들과 협력해서, 그들은 잊혀져 있었던 법 조항을 찾아냈다. 회사들이 자신들의 ‘핵심’ 활동을 아웃소싱(기업 외부 제3자에 위탁해서 처리)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이었다. 그들은 숯을 구매하는 제련소들에게 지금부터 강제 노동을 고용하고 있지 않다는 걸 입증할 책임이 있다고 알렸다.

조사관들은 체인 위로 올라가서, 브라질 최대 철광석 회사를 설득해 처녀림의 나무로 만든 불법적 숯이 아닌, 새로 나무를 심은 숲에서 벤 나무로 만든 숯을 썼다는 걸 입증할 수 있는 제련소에게만 판매하도록 했다. 그들은 국영 은행과 손을 잡고, 제련소들이 공급 업체를 면밀히 모니터하지 않으면 2년 동안 보조금을 받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갑자기 제련소들은 자신들의 원재료가 올바른 조건 하에서 생산되었는지 책임을 져야 하게 되었다. 그들은 업계 전체를 아우르는 감사 단체를 설립하고, 실력있는 전문가들과 감사관들을 픽업 트럭에 태워 보내 제련소를 확인하게 되었다. 2009년이 되자 불법 나무로 만든 숯의 비율은 60%에서 30%로 떨어졌다. 노동자들은 계약서를 쓰고 더 높은 임금을 받았다. 그들은 힘을 합쳐 더 질이 좋은 철을 생산했다.

이 모든 것이 민간 감사관으로서는 불가능했으리라는 게 이제 명확해졌을 것이다. 그 선철 대부분은 외국 자동차 회사들이 사갔다. 물론 그들이 조사를 더 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고, 교육을 제공하거나 주문을 취소하겠다고 협박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제련소들이 더 높은 등급의 수익률 높은 제품으로 옮기는 것은 자동차 회사들의 이익에 완전히 역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것이 가난한 나라에서 노동 조건을 개선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국내 기관에 착취 방지 권한을 주는 대신, 우리는 나쁜 평판을 받지 않으려는 국제적 기업들에 의존하고 있다.

소비자 캠페인에 등장하는 끔찍한 이야기들은 거의 전부 다 해당 국가에서도 불법이다. 이 국가들에는 법을 강제할 사람이 없는 것뿐이다. 방글라데시는 노동자는 7,500만 명인데 노동 조사관은 단 125명이다. 캄보디아 조사관들의 평균 소득은 그들이 보호해야 할 의류 노동자들의 절반 이하다. 인구가 4천만 명에 가까운 우간다에서 환경 영향 평가를 할 수 있는 인력은 120명에 불과하다. 버마에서 지역 정부는 부동산 소유권 말소에 대한 민원을 6천 건 이상 접수했으나, 조사한 건은 300건 미만이었다.

브라질이 아주 특이한 이유가 이것이다. 브라질에는 검사가 1만 명, 조사관이 3천 명 있는데, 모두 최하 5천 달러 이상의 월급을 받는다. 조사관들은 다른 정부 기관, 노동자들, 노조와 NGO들과 협업한다. 가장 충격적인 위반 사례를 찾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실제로 개선하기 위해서다.

나는 선철 사례를 NYU의 살로 코슬로브스키한테서 가져왔다. 코슬로브스키는 브라질 조사관들은 경찰보다는 맥킨지 컨설턴트에 가깝게 행동한다고 말한다. 학생들이 규칙을 어길 때마다 교사들이 벌을 주지는 않듯, 조사관들은 사소한 위반(납기를 맞추기 위해 야근을 시키는 것)은 넘어가 줄 권한이 있다. 더 큰 문제(낡은 기계 장비, 위험한 건물, 체계적 차별)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조사관들이 아동 노동을 줄이려 했을 때, 그들은 부모, 학교, 농장을 모아 가장 심한 학대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은 지역의 지도를 만들고, 밴에 감사관들을 가득 태워 학대를 예방했다. 검사들이 새우 양식장으로 인한 해변 오염을 막으려 했을 때, 그들은 정부 기관 세 곳과 힘을 합쳐 양식장을 강기슭에서 먼 곳으로 옮겼다. “규제의 침술과 비슷합니다. 압력을 가하면 체계적 영향을 줄 수 있는 특정 지점을 찾아내는 거죠.” 브라질리아의 싱크 탱크인 응용 경제학 연구소의 연구자 호베르토 피리스의 말이다.

조사관들이 자동차 부품 생산 업체가 낡은 금속 스탬핑 기계를 사용하고 있다는 걸 발견한 경우도 있었다. 손, 팔, 손가락 절단 등 브라질 산업 재해의 거의 절반 정도가 이 공장들에서 일어난다. 조사관들은 공장주가 새 기계를 사게 할 수는 없었다. 수백만 달러가 드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보건과 안전 싱크 탱크, 국영 은행과 함께 작업해 기존 기계를 보완했다. 2년 후, 업계의 재해는 66% 감소했다.

카우보이 조사관들이 시골을 돌아다니며 이렇게 재량과 자율성을 행사하는 것은 부패를 부를 것만 같다. 그러나 내가 이야기해 본 모든 사람들은 생각보다 훨씬 문제가 적다고 말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조사관들은 매달 몇 건 이상의 조사를 행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하도록 요구받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방문한 작업장, 발견한 문제, 취한 조치에 대한 정성적 요약 보고서를 쓴다.

이 과정은 브라질에서 쉽지 않았고, 어디에서도 쉽지 않을 것이다. 브라질의 조사단이 존재 가치를 입증하는 데는 30년이 넘게 걸렸다. 브라질의 농장과 공장들은 어떻게 보아도 일하기 좋은 곳은 아니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럴 것이다. 개발 도상국 정부의 부패와 비효율성은 사람을 더 뽑는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소비자 캠페인을 듣고 있으면, 우리가 개발 도상국들에게 갖는 유일한 영향력은 계산대에서 발휘되는 모양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런 정부들을 피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도 없다. 작년 에볼라 사태가 그렇게 심각했던 이유를 설명하는 이론 중엔 이런 것이 있다. 여러 해 동안 국제 NGO들이 지역 병원을 거치지 않고 활동했기 때문에, 지역 병원들에는 숙련된 의료진도 장비도 없어서 치료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는 이론이다. 수십 년 동안 우리는 공장들을 그렇게 대해 왔다. 90년대에 우리는 서구 회사들에게 공급 업체들을 감사하라고 말했지만, 세계은행은 그들에게 정부 조사관들은 조사할 필요 없다고 말하고 있었다.

소비자 캠페인을 듣고 있으면, 우리가 개발 도상국들에게 갖는 유일한 영향력은 계산대에서 발휘되는 모양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우리의 진짜 영향력은 구매가 아닌 정책이다. 90년대에 미국은 캄보디아에게 미국으로 의류를 수출하려면, 의류 생산 공장 전부를 국제 노동 기구 조사에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무역 협정에는 개발 도상국에게 거대한 지적 재산권 조사 기구를 만들어서 블루레이 해적판 시장을 공격하게 하는 내용이 들어간다. 우리가 의약품 특허에 주는 것과 똑같은 보호 조치를 가난한 노동자들에게 제공하면 될 일이다.

서구 회사들도 내버려 두어선 안 된다. 그러나 분명히 말하자면, 해외로 진출하는 한국과 중국의 개발 도상국 다국적 기업들은 미국에서도 영업한다. 폭스콘은 인디애나에 공장을 두고 있다. 그곳에선 노동 착취를 하지 않는다. 폭스콘이 감사를 잘해서, 기업가 정신 수업을 제공해서가 아니다. 제도가 기능하는 나라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구매를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는 없다. 고소 메커니즘이나 공식화된 노동 계약 같이 재미없는 것을 지지하는 행위는 공정 무역 샌들을 한 켤레 사는 것만큼 만족스럽지는 않다. 그러나 발전이라는 어려운 작업은 그렇게 이루어진다. 사람들에게 구매를 더 잘하라고 간청하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다른 선택지를 주지 않는 것이다. 90년대에 알몸으로 패션 브랜드 올드 네이비(Old Navy) 앞에서 시위했던 것? 시위자 50명 뒤에는 고객 300명이 옆 블록까지 줄을 서 있었다.

Credits

Story - Michael Hobbes
마이클은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인권 컨설턴트다. 그는 ‘더 뉴 리퍼블릭(The New Republic)’, ‘슬레이트(Slate)’, ‘허핑턴포스트(The Huffington Post)’에 글을 써왔다.
Art - Abigail Goh
애비게일은 뉴욕에 거주하는 일러스트레이터다. 그녀의 작업은 소사이어티 오브 일러스트레이터스(Society of Illustrators), 아메리칸 일러스트레이션(American Illustration)에 소개되었다.
Development - Dan McCar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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